소풍가는날 김밥
김밥은 한국인의 소울푸드 중 하나라고 해도 손색이 없지요.
저 어릴 때만 해도 김밥을 사 먹는 것은 드물었고, 소풍이나 운동회, 생일잔치등 특별한 날에는 빠지지 않는 메뉴 중 하나였지요. 고슬고슬 흰쌀밥을 지어 참기름과 깨소금에 버물리고 나서 한 김 식히는 동안 시금치, 당근, 우엉, 계란, 햄, 게맛살, 단무지등 다양한 속재료를 볶아 손질한 후 중국집 입구에 쳐진 것 같이 생긴 김밥발에 김을 깔고 각종 재료를 넣고 정성껏 말아서 칼날에도 참기름을 발라 눌어붙어 김밥 옆구리가 터지지 않게 조심조심 썰어 곱게 접시나 도시락통에 담고 마지막으로 위에 깨를 솔솔 뿌리던 엄마의 모습이 생각이 납니다.
그때만 해도 김밥은 그냥 뚝딱 손쉽게 만들어지는 줄 알았는데, 세월이 지난 지금 김밥은 엄청난 정성과 손이 많이 든다는 것을 알게 되어 어릴 적 먹었던 엄마표 김밥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되는 나이가 되었습니다.
20대가 되어서는 김밥만 전문으로 하는 프랜차이즈 김밥집이 성행을 하여 다양한 재료를 넣은 김밥이 유행하였으며 그때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선보인 참치에 마요네즈를 넣고 버무려 깻잎을 감싼 참치 김밥은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아 김밥종류 중 하나로 당당히 자리매김하여 지금까지도 그 인기는 계속되고 있습니다.
그 이후 직장생활을 하면서 부터 김밥은 간단하게 한 끼를 해결할 수 있는 한국식 패스트푸드로 아침, 점심, 저녁 가리지 않고 비교적 저렴한 가격으로 분식집 및 김밥집에서 먹을 수 있는 음식이 되었지요.
요즘은 다이어트용, 비건용 김밥등 더 다양한 김밥종류가 생겨나고 있으며 재료비에 따라 김밥 가격대의 폭이 커지고 있습니다. 김밥 한 줄의 칼로리는 예상외로 고 칼로리기 때문에 밥의 양을 최소로 줄이고 속재료를 푸짐하게 넣어 먹는 김밥이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밥은 아주 최소로 하고 계란 지단을 많이 넣고, 매콤한 어묵에 다진 청양고추 소스를 아주 살짝 하여 느끼함을 잡아주는 밥도둑 김밥부터, 바삭한 멸치 볶음과 아삭하고 상큼한 오이의 만남인 멸치 김밥 그리고 양배추, 양상추, 크레미를 와사비마요 소스와 버무려 상큼, 시원, 달큰, 코찡하지만 중독성 있는 샐러드 김밥까지 김밥끼리 페어링을 해가며 먹는 맛도 쏠쏠합니다. 단 입은 즐거우나 살찔 수 있는 점은 꼭 감안하셔야겠습니다. 참고로 제가 먹은 김밥은 "소풍 가는 날"이라는 곳의 김밥이었습니다.
이렇게 맛있는 김밥이 물가 상승으로 인해 최근 8000원대에 접어들었다고 합니다. 내 월급만 빼고 다 올랐다는 요즘이지만 8000원이라니요.. 진짜 김밥가격이 맞습니까? 한 끼 간단히 해결하기엔 손이 후들후들한 가격인지라, 뉴스를 접할 때마다 어릴 때처럼 다시 김밥을 싸 먹어야 하는 건가 고민이 되네요. 언제 먹어도 맛있는 김밥. 제발 가격은 천천히 올려주세요~ 오늘 점심은 김밥 어떠신가요? : )